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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다음으로 내 삶의 바이블로 삼고 싶은 책이었다. 오랜만에 계속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책을 만났다. 이 세상에 어른이 되고 싶어 어른이 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른은 슬픈 존재인 건가?
    이 책에서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용이 나오거나 옛 시절을 추억하는 상자가 나오거나 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많이 찡했다. 어른이 되지 않을 수는 없는 건가? 하고.
    그러다 한 생각이 들었다. 성장이라는 것은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는 것일 텐데 왜 우린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하고. 사실 아이가 되고 싶어하는 어른, 그리워하는 어른이란 아직 어른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삶이 상자라면 말이다, 우린 시간을 보내면서 죽을 때까지 그 상자에 많은 것들을 채워가며 살아가게 된다. 그 상자는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각 개인의 보물이다. 그런데 딱 한 명, 오로지 자신은 그걸 망쳐버릴 수 있다. 상자 속 물건들을 정리하지 않고 무작정 넣어대는 것이다. 그러다 결국 돌아보면 전혀 없어진 것이 없음에도 퀴퀴한 먼지 속에 쌓여 보이지 않는 것을 잃어버렸다고 착각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살면서 제때 그 상자를 차곡차곡 정리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시간이란 끝없이 흘러가는 것이고 너무 많은 것들이 매 순간 매초 흘러들어와 버리니까. 단순히 여유를 갖자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럼 어쩌면 좋을까? 어쩌면 그 상자를 정리하기 위해서 각자 자신만의 일시 정지 버튼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빛이 스며들어오는 나뭇잎을 바라보는 것을 잊지 않는 것, 아이와 이야기할 때 눈을 마주치는 것을 잊지 않는 것, 가끔 조건 없이 누군가가 아주 사랑스럽다는 듯 웃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상자를 쌓기만 하는 작은 아이에서 상자 안 보물들을 이웃에게 나눠주고 또 다른 어린 상자에 물을 줄 수 있는 영혼으로 성장해가는 것이다. 그래, 어른은 사실 아주 멋진 아이가 되어가는 것이다. 어린 시절을 동경하고 불안해 우는 것은 어쩌면 이젠 어른이라는 자기 생각과는 달리 아직 어른이 덜 된, 불안에 질린 어린이 상태일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다.
    뭐, 육체적으로는 다 큰 몸이니 이젠 낫이 하나 걸치고 공원 분수에서 뛰놀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 아쉬울 수는 있어도 어쩌면 우린 어린 시절을 동경할 필요는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럴 것이리라.
    난 무엇인가 철학하고 정의하는걸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은 역으로 무언가를 정의하지 않는 것을 배워가는 중이다. 왜냐하면, 한 줄로 요약하고 완결지어 버리기엔 계속해서 새로 배워나갈게. 너무 아쉬우니까. 때론 애매한 답이 더 멋진 결론일 때도 있다는 걸 느낀다. 그렇기에 어른이란, 어린이의 반대말이란, 성장의 의미란 이런 것이라고 한 줄로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힘들고 딱히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잊지 않게 메모는 해둬야겠다. 지금의 나에게 있어 어른의 의미의 하나는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풀잎의 감촉을 소중히 하는 것, 일기를 쓰는 것, 좋아하는 사람을 보며 느끼는 수줍음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것,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기도로 하나님과 동행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시적인 메모가 아니라 이것만큼은 확실한 결론이라고 느끼는 한 가지는 하나님만이 우리에게 참된 좋은 어린아이의 모습, 참된 어른의 모습을 되돌려주실 수 있다는 것이다. 더러워지고 찌그러진 상자들을 모두 깨끗이 펼쳐 참된 보물로 다시 기억나게 하시는 분. 그분이 있어야 우린 어린이가 된다.아까 정의하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 사실 만큼은 내 삶이 크고 작은 마음의 굴곡들이 너무나도 확실하게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서 이건 내 생각에 평생을 가도 바뀌지 않을 하나의 정의가 될 것 같다. 이 책을 쓰신 분도 그래서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었던 걸까? 마주칠 일은 없지만 아마도 그랬으리라 하는 믿음이 생긴다. 하나님이 어른의 일부라니...참 멋진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사실을 알게 된 이날을 주심에 감사.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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