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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를 먼저 접했다. 영화로 봤을 땐 수용소에서 한 병동의 남자들이 음식의 대가로 여자를 요구했을 때 인간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는 그들의 행동들이 시각적으로 표현되어 다가왔기 때문에 너무나도 경악스러웠고,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구나' 생각했었다. 최근에 본 위안부를 주제로 한 영화 ’눈길‘에서도 일본군이 전쟁에서 느끼는 정신적, 심적 보상으로 여자들을 상대로 강제로 자신들의 성욕을 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 두 영화의 이런 장면들에서 최근에 도덕 교육론 시간에 배운 내용이 생각났다. 프로이트는 성욕, 식욕, 수면욕과 같은 에로스(삶의 본능)와 타나토스(죽음의 본능)로 이루어진 Id(원자와)는 욕망(타락)의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고 보았는데 이를 현실의 원리가 지배하는 Ego(자아)가 통제하고 있다고 보았다. 일본군이 전쟁에서 느낀 허무함, 패배감에 젖어 또는 눈이 먼 남자들이 다른 눈먼 사람들에게 자기들 마음대로 식량을 배급할 수 있다는 우월감에 속아 통제되어 있던 이드가 분출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또, 이 책에서 ‘눈이 멀었다’라는 사실은 실제로 눈이 안 보인다는 것을 제외하고도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자신을 도와주려고 하는 남자에게 차를 빼앗겼지만 모든 사람이 눈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는 소유라는 개념은 희미해지며, 차를 빼앗긴 것에 대한 약간의 분노는 남아있지만 결국 차 도둑을 용서하게 된다. 또, 의사의 아내를 포함한 7명의 무리는 수용소에서 나와 도시로 향했는데 그때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 아무런 가게에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신발, 옷, 식품 등을 가져간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서 기거하기까지 한다. 결국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소유한 것도 잃는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 현실에서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소유물(집, 차, 옷)로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소유의 개념으로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의사의 아내를 포함한 7명의 무리는 수용소에서 도시로 오면서 많은 장면을 보게 된다. 도시는 수용소와 다름없이 길바닥엔 사람들이 배변의 욕구를 참지 못해 저지른 일들 때문에 온통 오물로 가득하며, 아무도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거리에 악취가 난다. 책 중간에 ‘집에 가면 물이 나올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했지만 눈먼 자들의 도시에는 수도 공도 없고 물이 나오는지 나오지 않는지 관리해주는 사람도 없으며, 이 나라의 전체를 돌보는 정부도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약간 충격이 왔는데, 작가는 이 부분을 통해 인간은 절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으며 타인과의 유대, 연대를 통해서만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살면서 당연하게 여기던 전기, 수도 등이 절대 개인의 힘으로는 운영될 수 없으며 이는 여러 사람의 힘으로 운영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나에게 큰 여운을 남겼던 부분을 말하려고 한다. 의사의 아내를 포함한 7명의 무리는 검은 색안경을 쓴 여자의 집으로 먼저 향한다. 그런데 이미 아파트의 1층에는 노파가 들어와 있었다. 그 노파는 처음에는 자기 집을 다시 찾아온 이방인들을 껄끄러워한다. 하지만, 막상 이 이방인들이 집을 나서자 노파는 기뻐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처음으로 그녀 자신이 계속 살고 싶은 이유가 있는지 스스로 물어본다. 그러나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이 부분도 역시 앞 문단에서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유대를 통해서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노파는 닭, 토끼들을 잡아먹으며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지만 삶이 지속되는 것일 뿐 질적으로 좋은, 행복한 삶은 아니었다. 이와 대비해서, 의사의 아내를 포함한 7명의 무리는 비록 음식에 대한 걱정을 항상 해야만 하고, 가끔 굶주림에 시달릴 때도 있지만 7명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고, 위로하고, 소소한 행복을 누린다. 정말로 타인과의 유대감을 느끼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이런 수많은 일들의 연속은 현재 우리들의 눈이 멀지 않은 도시에 수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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