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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만들어지면 괜찮은 로맨스영화가 될 것 같은 소설이었다. 봄이기도 하고 사랑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달곰해 보이는 제목을 고르다가 집어든, 책. 나는 책 표지 뒤에 쓰여있는 찬사를 보고 책을 고르곤 하는 데 감동적이고 하루 만에 다 읽힐 정도의 책이라고 해서 골랐다.
    영양 만점인 케이크 같은 소설이라고 해서 궁금해서 읽었는데 교훈이라든지 뭔가를 배우게 되진 않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껏 일기장을 만드는 것이 참 사랑스러워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선물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기도, 받고 싶기도 하다.


    주인공들의 생김새에 대한 묘사가 많이 생략된 소설이었다. 남자주인공 요나단, 여자주인공 하나, 그녀의 친구 리자, 요나단 책자의 사장 보데, 요나단의 친구 레오폴트... 대부분 사람들이 초반부부터 생김새가 명확하게 묘사되어있지는 않았다. 물론 거지인 레오폴트는 그의 사회적인 계층을 묘사하기 위해 그가 걸친 옷들이 무엇인지 정도는 잠깐 나오지만, 그 역시도 원래 생김새는 잘 나오지 않았다.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게 의도한 것일까? 잘은 모르지만, 덕분에 나는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요나단은 짧은 갈색의 스포츠머리를 한, 유복해도 그다지 쫙 빼 입지 않고 편한 코르덴 재킷과 회색 후드티를 입은, 가십걸의 남자주인공 같은 이미지를 상상했었다.
    하나는 왠지 어깨에 살짝 찰랑거리는 짙은 금발머리일 것 같았고 기자는 힘 있는 면에 어울리는 갈색이 감도는 빨갛고 긴  머리의 소유자일 것 같았다. 하나보다 키가 더 크고 말랐을 것 같았다. 보덴은 이름이 여성스럽다고 느껴져서인지 분홍색 카라 셔츠에 고동색에 하얀 줄이 살짝 들어간 양복 재킷을 걸쳤을 것 같았다.
    인물들의 생김새 소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작품 후반, 하나와 요나단이 처음으로 직접 만나면서부터이다.
    고 프로 카메라를 이마에 달아놓고 화면이 돌아가듯 계속해서 하나와 요나단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던 이야기는, 여자와 남자가 눈을 마주치고 서로 바라보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타자화된 시점으로 나타난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른 채 달리다 맞닥뜨린 이 장면은 바로 전까지도 1인칭 주인공으로 말을 하던 인물이 거울을 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혹시 이것이 작가가 의도했던바 중 하나일까?
    화자인 자신의 모습이 묘사되지 않음에서 오는 약간의 답답함과 궁금함은 미지의 상대를 찾아 헤매는 주인공들의 마음을 독자들이 느끼는 데에 효과적인 장치였을 것 같다.
    그런 기다림이 있기에 딱! 그들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아 이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생함이 전해지는 것이다.
    사실 상상하던 이미지가 약간 깨지는 것도 있어 자기가 상상해왔던 주인공들의 모습을 수정하게 되는 것이 몰입을 잠시 방해하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그들의 모습을 다시 알게 되는 구성방식은 퍼즐 맞추기처럼 꽤 재미있다고 느꼈다. 독특하다.
    실제는 오히려 하나쪽이 키가 더 모습이었다. 붉은 머리도 하나가 가지고 있었으며 기자는 하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작은 여성으로, 부피감 있는 몸매에 짧게 치기를 하고 있었다. 하나가 조금 더 날씬한 느낌으로 묘사되었다. 둘 다 피부색은 묘사되지 않았다.

    상상과는 조금 달랐지만 난 붉은 머리와 짧은 머리 여성을 너무너무 좋아하므로 만족스러웠다.
    요나단은 '미남' 정도로 상대적으로 조금 덜 꼼꼼하게 묘사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된 독자가 여성층일 거라고 예상해서 일부러 상상의 여지를 남겨둔 걸까?
    아무튼 초록색 눈의 하나와 파란 눈의 요나단은 이렇게 처음 만나고 점점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후 이자도 단발머리의 남성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주인공들의 결말보다 더 기대되었던 끝이었다.
    기자는 내용 중 참 의리가 있는 멋진 인물로 묘사된다. 끝까지 하나를 지켜주고 함께해주는 그런 친구... 거기다 짧게 치기다 헉헉...그래서 기자가 참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녀와 그가 찌리릿 하는 순간이 중요한 부분에 묘사되어서  좋았다. 본 내용보다 더 설레었던 한 장이었다. ㅎㅎ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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