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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냄새가 나는데요? 평소와는 다른 냄새지만 좋네요."

    언뜻 보면 그저 칭찬인듯한 이 한마디는 엠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
    40년간 마스크 향수를 썼던 이유는 호색한인 그가 여자를 유혹하기 위한 방법이었는데
    이젠 그 향기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갖은 노력에도 원래의 향을 찾지 못한 그는 제조사에 직접 연락을 하게되는데 그 과정에서 마스크에 관해 자세한 사실을 알게 된다.
    막연히 식물성 재료라고 생각했던 마스크는 사실 발정기때에 분비되는 사향노루의 하복부 분비샘에서 추출되는 동물성 원료였으며, 동물학대에 관한 사회적 시선과 환경의 변화로 원료 자체에 불순물이 섞여 더는 천연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제조사는 새로운 인공 원료를 찾아 그 냄새를 똑같이 재현해냈다고 하지만 엠 무는 더 큰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엠무가 원한 건 '마스크' 이지 마스크와 똑같은 향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엠무는 자신에 취해 일흔이 다 되어가는 자신의 나이를 잊고서는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의 관능적임을 나타내는 마스크의 변화는 엠므에게 '더는 젊지 않은 자신'을 인지하게 하였다. 40년 동안 그 향수를 쓰면서 마스크를 곧 자신이라고 여기게 된 엠 무는 자신의 몸을 추하게 여기고 남성성이 사라진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는데, 마스크의 변화는 곧 나이가 듦으로서 어디론가 빼앗겨버린 엠므의 남성성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그리고 엠 무는 그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에 무심한 세월이 앗아가 버린 자신의 젊음을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발버둥은 결국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죽기를 원했던 그의 바람까지도 바꾸어버린다.
    난 엠무의 최후가 '더는 성장하지 못한 어른'을이야기하기도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이가 들고 싱싱한 피부가 처지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지만 그게 곧 내면의 젊음과 영혼의 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이 든 사람도 충분히 관능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생겨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삶의 모습은 무척 다양하고 그 개성은 각각의 개인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어쩌면 노화라는 것은 아련하고 애틋하기도 한 그 시간이 어느 정도의 묵직함을 가지게 되었을 때 표면적으로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세월의 흐름을 가로막고 오로지 젊음만을 향해 몸부림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영원히 성장하는 동물이다.
    아쉽긴 하지만 젊은 모습을 가질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현재의 모습이기에 볼 수 있는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것. 그게 바로 좀 더 성숙한 어른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
    분명 나에게도 어느 순간 얼굴에 주름살이 지고 스무 살 어여쁜 사진을 보며 추억할 때가 오겠지.
    미련도 남고 억울해할 수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가꾸는, 비참한 엠무같은 삶이 아닌 바로 곁의 소중한 것들을 볼 줄 아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어쩌면 그땐 나랑 닮은 딸이나 아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애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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