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흉하게꿈꾸는덱스터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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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생각..
왜 살인범들은 나쁜 사람은 안 잡아가고 선량한 시민만 잡아 죽이나?
바로 여기, 이 야속한 딜레마의 해결책 덱스터가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덱스터는 사이코패스다.
사람을 죽이는 데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평범한 시민 덱스터를 연기하며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일명 검은 승객에게 운전대를 넘겨주고 목표물의 죽음을 보기 위해 떠난다.
다만 한가지 특별한점은 이 남자가 노리는 목표물은 연쇄 살인범이라는 것?
감정이 없는 미친놈임에도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이 살인범에게 매력을 느끼는 나를 보게 된다.
살인자를 옹호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통쾌하지 않다고는 못하겠고.. 정말 미묘한 느낌이다.
이 책은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는 덱스터의 해설로 진행되는데, 보편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그로서 서술된 문장들은 꽤나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다.
덱스터를 이런 분별력 있는 살인마로 만든 것은 순전히 그의 양아버지 해리의 작품이다.
전직 경찰 일을 하면서 세상에 신물이 난 그는 덱스터의 검은 승객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데, 세상엔 죽어 마땅한 사람이 많다며 절대 들키지 않으면서도 일반 경찰들이 할 수 없는, 스스로 어둠 속으로 기어들어가 악을 제거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덱스터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가르쳐줌으로써 해리는 그의 성장기에 큰 전환점이 되었으며, 덱스터를 오직 하나뿐인 살인마로 만들어 주었다.
순결한 어린아이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음에도 법이 손을 들어주는 건 강간범이다.
솜방망이가 그득한 세상에서 덱스터는 피의자들에게 잔혹한 고통을 주길 바라는 사람들의 은밀한 속을 살살 긁어준다.
일종의 대리만족인 셈이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살인마의 모습 안에서도 어느 정도 현실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인데, 보통 사람들은 위험한 사람들이 못생긴 남자이거나 험악한 깡패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확연히 다르다. 오히려 보통 사이코패스들의 외관은 전형적인 일반인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상냥해 보이기까지 하다고 한다.
한창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영철이나 강호순 같은 경우가 쉽게 이해되는 예이다.
사람들은 따뜻해 보이는 그의 외관에 살인마가 숨어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경악했었다.
덱스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시체 보기를 돌같이 하고 오히려 아름다움까지 느끼는 정신상태에 반해 그의 외모는 매우 전형적이고 귀엽게 묘사된다. 게다가 이 미친놈은 본의 아니게 무려 3명의 여자에게 어장 질을 하고 있는 카사노바이다.
덱스터를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또 한가지의 요소는 그 또한 보통 사람들처럼 어린아이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의 여동생 에보라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저 과녁을 또 다른 살인마로 삼은 것 뿐이었다면 아마 이 소설이 단숨에 인기도서가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무미건조한 살인마임에도 아이와 혈육의 정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윤리 의식을 붙들고 있기에 사회는 덱스터의 캐릭터와 교감할 수 있고, 바로 그 점이 마지막 2%를 채워주었던 것이다.
어린애를 지켜보길 좋아하고 아동 성폭행범을 찾아 돌아다니는 미친놈이라니..
잔혹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의 매력은 '어쩌면 그의 내면 깊은 곳에는 인간과 같은 정서가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