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행복학교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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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한다.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느냐고. 어떠한 삶이 당신이 원하는 삶이냐고. 지리산과 섬진강 주변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작가 공지영이 지리산을 찾으며 만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 세상을 살아가는 진정한 가치에 대해 전한다. 작가는 철저하게 주변인이 되어 그들의 삶을 예쁘게 전한다. 버들치 시인 박남준과‘내비게이터 道’의 교주? 최도사 등 지리산을 등지고 섬진강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생명력 강한 이들. 이 책은 도시의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가난하지만 가난해서 더 행복한 지리산 행복학교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곳에는 버들치 시인과 그의 친구들이 있다.
사람들은 하소연한다. 도심의 삶을 버리고 싶다고. 진정 제대로 사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작가는 도시의 일상에 지칠 때 지리산을 찾는다. 심지어는 진달래 화전(花煎) 하나를 먹기 위해 새벽같이 지리산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그들은 뭐가 대수냐 듯이 느긋하게 일어날 채비를 갖춘다. 그리고 무얼 그리 바쁘냐고 핀잔을 준다. 그들에겐 오늘이 온 힘을 다하는 느긋함이지, 내일을 걱정하는 빠듯함이 아니다. 월급도 아니고, 연봉 이백만 원에 행복하며, 약초를 캐고 술을 담그는 사람들. 도시인으로서는 가난해 보이기만 하는 그들은,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간다. 산을 지키고, 나무를 가꾸며, 식당을 열고, 옷 장사를 하는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 얼굴도 사연도 다른 따뜻한 사람을 찾아 떠난 작가의 지리산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람들은 묻는다. 자유인이 되긴 쉬워도 자유스러워지긴 어렵다고. 그래서 가끔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다고. 작가는 실명을 밝히지 않은 등장인물들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굳이 그들이 누군가 알려고 하지 않으시면 더 좋겠다. 다만 거기서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느긋하게 그러나 부지런히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서울에 사는 나 같은 이들이 도시의 자욱한 치졸과 무례와 혐오에 자신을 미워하게 되려고 하는 그때, 형제봉 주막집에 누군가가 써놓은 싯귀절처럼,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는' 도시의 삶이 역겨워질 때. 든든한 어깨로선 지리산과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떠올렸으면 싶다."
사람들은 되묻는다. 행복은 어디에 있느냐고. 이게 행복이냐고.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묻게 되는 이 책은 그들처럼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을 품어주고 있는 그 자연과 또 거기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가치 절대적임을 일깨워준다. 책을 읽고 나면 우리의 정형화된 삶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딱 한 번 가보았지만 늘 다시 천천히 음미해보고 매만져보고 싶은 지리산과 섬진강. 이제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한껏 용솟음친다. 도시 생활에서 맛볼 수 없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에 대해 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해주는 멋진 작품이다. 공지영 작가의 책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의 재능에 또다시 놀라게 되었다. 마치 눈앞에서 모든 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무척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행복학교를 이렇게 잘 그리는. 그 작가 참 매력 있다.
판독(fun讀)하고 떠나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