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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도서관에서 처음 봤을 때 느낌은
    그냥 단순 허구라고 생각했다. 짐작으로는 슬픈 사연을 안고
    포주에게 끌려간 소녀를 통해 보여주는 사회?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직접 보고나니 생각과는 꽤 다른 책이었다.
    거기 쓰여있는 바로는 지은이가 5년 동안의 매춘 생활을
    거치고 쓴 책이라고 한다. 책 전체가 소설 같은 구조가  아닌 한 명의 화자
    즉, 지은이 자신이 독백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쉼표가 군데군데 들어가 한 마디가 거의 한 장을 이루고 있다.
    참 깊게 깊게 파고들어 가는 철학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근데 그 철학이라는 게 남자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을 하나로
    탁 낙인 지어 버리고 여자 또한 어쩔 수 없이 무력하게 성 노리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그런 생각을 담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참 꽁기꽁기하게 봤던 책..
    그러면서도 은근 맞는 말인 것 같아 헛구역질하듯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파고들어 가는 그 구조를 끊지도 못하고 끝까지 읽어버렸다.
    정신적으로 좋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홀리는듯한 느낌?
    마약을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내가 해석한 글쓴이가 바라본 세상은, 남자는 온 세상 여자들을
    성노리게나 그 밖에 자기의 욕구를 배설할 존재로밖에 보지 않으며 심지어 혈육마저도 이성이 없는 한 그들 눈에는 욕정을 해결할 하나의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여자는 어쩔 수 없이 그리고 여자 내면에 있는 음란함에 눌려 오랫동안 내려온 힘의 논리로 남자 앞에 굴복하고, 결국은 성 노리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여자도 있다. 발랄하고 자기의 인생을 찾아 가는 여성.. 하지만 그 사람은 자기가 아니며 그렇기에 지은이는 변태적인 일부 남성의 욕망을 채워주는 최고의 창녀가 되겠다는 것이다.
    작가는 자기 자신을 매춘부나 창녀가 아닌 섹스 노동자라고 칭한다.
    마사지 하는 사람과 같이 음부를 주무르는 일 또한 일종의 사무적인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게라면 책 끝 부분에 자기 책은
    죽음에서 삶을 바라보는 처지며 작가는 말을 할수록 자기도 상대도 지치게 하는, 부정적이고 아무 가치가 없는 말을 반복하는 찌꺼기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창녀라는 사실을 꽤 슬프면서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난 그 점이 많이 마음에 안 들었음.. 개인적으로 자기 자신은 '어떤 사람일 수밖에 없다'라고 단정 짓는걸 참 싫어해서.. )
    이성 간의 사랑이나 성적인 욕망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봤을만한, 어느정도는 맞지만 정말이라면 너무 역겹기에 외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사실을 자진해서 풀어써 준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성은 기본적으로 나이 국적 불문하고 여자에게라면 일단 성욕을 느낀다는 점 말이다. 어쩌면 혈육에게도..
    고객들이 찾아와 하는 말들 중에 20대는 왠지 무르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대목이 있는데 그렇다면 외국에서 잘나가는 매춘부는 10대라는 이야기가 될 듯하다.

    그리고 작가는 한 사람의 아버지가 자기 딸뻘 되는 여자에게 음란한 짓을 하는 모습을 한심하게 생각하면서 어느 날 고객으로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장면을 상상한다.
    그냥 안 좋은 논리네..하고지나갈 수 있는 책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여러 일들이랑 겹쳐서 온종일 날 우울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나중에 뒤에 번역하신 분이 써놓으신걸 보니까 무지 극찬받았던 책이라고 되어있었다. 단숨에 인기도서에도 오르고.. 그런 걸 보면 책 내용처럼 극단적으로 치닫지는 않더라도 작가의 논리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우울해 졌음..
    멍한 상태로 어찌어찌 읽기는 했지만
    두번 잃으면 며칠 동안 피폐해질 것 같은 책이었다.
    길가다가 떨어져 있는 오물을 호기심에 몇 시간이고 들여다본 것 같은 느낌? 이제 어떻게 생겼는지 대충 봤으니 다시는 냄새고 뭐고 자세히 관찰하지 말아야지..
    나중에 내가 아이를 낳으면 절대 읽게 하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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